나무로 만든 소년상.
생목을 베어내고, 틀을 짜고, 흰 속살이 드러나도록 울퉁불퉁한 겉껍데기를 깎아내어 기도하는 소년의 모습을 틔워낸 조각이다. 10년의 세월동안 소년상은 예수상과 제단의 곁에서 신자들을 내려다봤다. 기도의 미명으로 올리는 발악을 눈감은 채 주시하는 소년상의 발 끝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손길이 닿고 먼지가 앉아 더이상 흰 빛이 아닌 맨발이다. 남자의 혀 끝이 마른 입술을 넓게 쓸었다.
소년은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다. 오래 전의 일이다. 십자 펙토랄레를 쥐며 검은 베일 너머에서 죄악을 고해하는 아이를 볼 때면 컴컴한 밤 속에서 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어린 새 한 마리를 보는 듯해 마음이 갔다. 스티브 맥마나만. 열 여섯 살이예요. 도둑질을 했어요. 배가 고파서 빵을 하나 훔쳤는데, 아주머니는 모르시는 것 같아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허겁지겁 먹어버렸는데 아직도 배가 고파요. 아버지가 술을 끊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언제 돌아오실까요? 소년은 손을 모은 채 종알거리고, 보이지 않는 휘장 너머 신부복을 입은 남자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빤다. 거칠게 일어난 입술을 짓뜯고 나면 입술 군데군데 벌건 흉이 남았다. 잊을 수 있는 욕정이라 기대했었다. 핏방울이 맺혀 쓰라린 상처가 아물고 나면 소년은 어김없이 고해실로 찾아들었다. 그럴 때면 다시금 숨이 거칠어져온다. 소년의 한탄은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았다. 소년의 목소리는 어떤 깊이를 가졌는지, 어느 때 말 끝이 올라가는지, 간혹 터뜨리는 울음이 얼마나 남자를 자극케 하는지만이 바로 귓속을 울릴 뿐이었다.
소년은 오늘도 제 슬픔을 토해내다 자리를 떴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남자는 소년이 앉았던 의자 위로 몸을 옮겼다.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에 스며든 온기가 미지근하게 남아 있었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깊게 들이쉰다. 가공된 목재 냄새가 났다. 숲에서 외따로 떨어져나온 나무의 시체를 뺨에 문대며 스스로 숲에 있다 망상하는 한 마리 까마귀처럼, 그는 어렴풋 식어가는 소년의 체온에 제 뺨을 문지른다. 그것이 설령 소년의 얇은 허벅지나 조그마한 가슴팍이 아닌, 엉덩이를 받치는 면이 맨들해지도록 낡은 한 개의 의자일 뿐이라 하더라도.
남자는 소년을 마음으로 그릴 때면 어둠 속에 묻힌 얇은 윤곽과, 아직 짐을 짊어지기엔 너무도 어린 어깨를 먼저 상정하곤 했다. 장막을 걷어내기를. 선명한 낯빛으로 자신을 놀라 돌아보는 그 순간을 그린다. 네가 토해낸 긴 울음 아래 섰다. 늘 울음 뿐이고 한숨으로 찬 너를 안는 상상을 한다. 피부 아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입술을 대고 여린 입술을 삼키는 꿈을 아니 꾼 적 없다. 그런 갈망에 휩싸일 때면 목이 말라왔다. 신부 이삭이기 이전, 그저 달아오른 몸 위에 신부복을 걸친 게 전부인 욕망하는 인간. 자신보다 어린 존재에게 욕정하는 인간. 제 발정을 숨기려 어두운 베일 너머에서 평정한다 우기는 동물.
"신부님."
소년이 그를 부른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는 고개를 들어 고해실의 문고리에 손을 얹고 붙들었다.
"난 헤르만이다."
"예?"
연극적인 무표정. 비틀린 욕망. 남자는 신부복 목께 아래 숨은 흰 로만 칼라를 쥐어뜯는다. 거추장스러운 펙토랄레를 바닥 위로 팽개치고, 몸을 숙여 신발의 해진 부분을 뚫고 드러난 엄지를 숭고하게 두 손으로 쥔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가볍게 입술 안 쪽으로 머금고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소년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붉게 서린다. 입술을 떼고 나른하게 웃으며, 헤르만 디히터는 눈을 들어 소년과 시선을 길게 마주한다. 그림자가 짙었다.
"신부가 아니고."
아직도 그는 목이 마르다.
생목을 베어내고, 틀을 짜고, 흰 속살이 드러나도록 울퉁불퉁한 겉껍데기를 깎아내어 기도하는 소년의 모습을 틔워낸 조각이다. 10년의 세월동안 소년상은 예수상과 제단의 곁에서 신자들을 내려다봤다. 기도의 미명으로 올리는 발악을 눈감은 채 주시하는 소년상의 발 끝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진다. 손길이 닿고 먼지가 앉아 더이상 흰 빛이 아닌 맨발이다. 남자의 혀 끝이 마른 입술을 넓게 쓸었다.
소년은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다. 오래 전의 일이다. 십자 펙토랄레를 쥐며 검은 베일 너머에서 죄악을 고해하는 아이를 볼 때면 컴컴한 밤 속에서 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어린 새 한 마리를 보는 듯해 마음이 갔다. 스티브 맥마나만. 열 여섯 살이예요. 도둑질을 했어요. 배가 고파서 빵을 하나 훔쳤는데, 아주머니는 모르시는 것 같아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허겁지겁 먹어버렸는데 아직도 배가 고파요. 아버지가 술을 끊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언제 돌아오실까요? 소년은 손을 모은 채 종알거리고, 보이지 않는 휘장 너머 신부복을 입은 남자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빤다. 거칠게 일어난 입술을 짓뜯고 나면 입술 군데군데 벌건 흉이 남았다. 잊을 수 있는 욕정이라 기대했었다. 핏방울이 맺혀 쓰라린 상처가 아물고 나면 소년은 어김없이 고해실로 찾아들었다. 그럴 때면 다시금 숨이 거칠어져온다. 소년의 한탄은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았다. 소년의 목소리는 어떤 깊이를 가졌는지, 어느 때 말 끝이 올라가는지, 간혹 터뜨리는 울음이 얼마나 남자를 자극케 하는지만이 바로 귓속을 울릴 뿐이었다.
소년은 오늘도 제 슬픔을 토해내다 자리를 떴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 남자는 소년이 앉았던 의자 위로 몸을 옮겼다. 등받이가 없는 나무 의자에 스며든 온기가 미지근하게 남아 있었다.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깊게 들이쉰다. 가공된 목재 냄새가 났다. 숲에서 외따로 떨어져나온 나무의 시체를 뺨에 문대며 스스로 숲에 있다 망상하는 한 마리 까마귀처럼, 그는 어렴풋 식어가는 소년의 체온에 제 뺨을 문지른다. 그것이 설령 소년의 얇은 허벅지나 조그마한 가슴팍이 아닌, 엉덩이를 받치는 면이 맨들해지도록 낡은 한 개의 의자일 뿐이라 하더라도.
남자는 소년을 마음으로 그릴 때면 어둠 속에 묻힌 얇은 윤곽과, 아직 짐을 짊어지기엔 너무도 어린 어깨를 먼저 상정하곤 했다. 장막을 걷어내기를. 선명한 낯빛으로 자신을 놀라 돌아보는 그 순간을 그린다. 네가 토해낸 긴 울음 아래 섰다. 늘 울음 뿐이고 한숨으로 찬 너를 안는 상상을 한다. 피부 아래 혈관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입술을 대고 여린 입술을 삼키는 꿈을 아니 꾼 적 없다. 그런 갈망에 휩싸일 때면 목이 말라왔다. 신부 이삭이기 이전, 그저 달아오른 몸 위에 신부복을 걸친 게 전부인 욕망하는 인간. 자신보다 어린 존재에게 욕정하는 인간. 제 발정을 숨기려 어두운 베일 너머에서 평정한다 우기는 동물.
"신부님."
소년이 그를 부른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는 고개를 들어 고해실의 문고리에 손을 얹고 붙들었다.
"난 헤르만이다."
"예?"
연극적인 무표정. 비틀린 욕망. 남자는 신부복 목께 아래 숨은 흰 로만 칼라를 쥐어뜯는다. 거추장스러운 펙토랄레를 바닥 위로 팽개치고, 몸을 숙여 신발의 해진 부분을 뚫고 드러난 엄지를 숭고하게 두 손으로 쥔다. 그리고 고개를 내려 가볍게 입술 안 쪽으로 머금고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소년의 표정에 당혹스러움이 붉게 서린다. 입술을 떼고 나른하게 웃으며, 헤르만 디히터는 눈을 들어 소년과 시선을 길게 마주한다. 그림자가 짙었다.
"신부가 아니고."
아직도 그는 목이 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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